실전감각 제로에 가까웠던 자칭 마케터 시절, 우연하게 한 편의점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합격을 했다. 그게 2004년 말이었다. 점포 근무를 하고 있던 중 상품팀으로 부서이동을 했는데 'MD'의 'M'자도 모를 때였다. 아무리 'MD'의 'M'자도 모를 때라지만 일을 너무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했다. 민폐 캐릭터였다. 스스로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회사를 뛰쳐나왔다. '다시는 절대로 유통회사 MD 같은 건 안 한다' 결심 했었다.
대학원 석사 마무리를 위해 학교로 돌아가 논문을 썼는데 그때 쓴 주제가 특정방법(컨조인트분석)을 사용한 대형마트 의류PB 상품개발전략에 관한 연구였다. MD같은거 안 한다고 한 놈이 결국 유통업체 상품개발과 관련된 논문을 썼다. 논문을 마무리할 때 한 홈쇼핑회사 공채에 지원을 했고 합격했다. 그것도 MD로 합격을 했다. 다시는 유통회사 MD같은 건 안 하겠다는 그때의 그 다짐은 어디로 갔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거기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만 MD같지 않았다. 다른 선배들은 일을 참 잘하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리 못할 까 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난 일명 '3無 MD'였다. [석사 같지도 않고, 장교 출신 같지도 않고, MD같지도 않는 MD]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언인가 생각해보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부서 이동도 했다. 어느정도 배웠다고 생각이 들자 다시 MD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부서이동을 또 한다는게 그리 쉬울리 없었다. 다시 MD를 하기 위해 회사를 옮겼다. 도대체 '유통회사 MD 같은 거 안 해' 라고 외치던 그 인간은 어디 갔을까? '3무 MD' 라고 불리던 그 MD, 그렇게 'MD'하기 싫다던 그 인간은 결국 Retail MD를 한지 15년이 넘어 버렸다. '화났을 때 결심하지 말라'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때아닌 신세 한탄이 길었다. 이 책을 처음 읽던 그 때가 생각 나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초창기 민폐 가득했던 MD시절이 자꾸 생각 나서다. 이 책을 좀더 일찍 알게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읽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해 보자라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만큼 이 책은 나의 MD생활에 큰 도움을 준 책이다. 이 책이 먼저 나왔더라면, 그리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바보처럼, 똥 멍충이처럼 헤매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MD는 그때나 이제나 도제식으로 가르쳐 준다. 그러다 보니 이렇다할 참고 도서가 없다. 그 와중에서도 리테일MD라면 꼭 봐야 하는 바이블 같은 책 몇 권 중 하나다.
MD를 하며 스스로 지키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4가지 원칙이 있다. 카테고리, 가설과 검증, 쪼개서 보기, 최소한의 재무, 회계지식이 바로 그것인데 이 책을 보고 세운 원칙이었다.
본문에 나와있는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1). MD는 카테고리라는 숲을 맡은 조경사와 같다. 자신에게 맡겨진 카테고리라는 숲을 잘 관리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숲을 찾아와 자신이 원하는 나무 아래서 쉬고 만족을 얻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2). ‘가설과 검증’은 MD들에게도 문제를 해결하고 통찰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3) .전체 덩어리를 한 번에 푸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잘 쪼개서 그 중 핵심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4) .MD는 사업가다. 그래서 반드시 돈의 흐림을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재무, 회계지식을 갖추는 것이 좋다. MD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손익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하고 회사의 재무제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내용이다. 이것 말고도 MD가 갖추어야 할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나와 있다. MD를 하고 싶거나, MD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기를 권해 본다. 나온지 12년이 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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