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익과 손실이 뒤섞인 불확실한 상황에서 준거의존성과 민감도 체감성, 손실회피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전망이론에서 얘기했습니다. 그럼 이 세가지 조건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준거의존성(reference dependency): 사람들은 절대적인 크기보다는 상대적인 이익과 손실에 더 민감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준거점(reference point)입니다. 앞에서 가정했던 업무평가 후 저와 동서의 연봉을 가지고 예를 들어 보면 결과적으로 둘 다 연봉이 5,000만원으로 겉으로 보이는 효용이 같기 때문에 행복의 크기도 같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누가 더 행복하다고 느낄까요? 표로 만들어 비교해 보겠습니다.
나와 동서의 연봉변화와 준거점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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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만원->5천만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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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천만원->5천만원(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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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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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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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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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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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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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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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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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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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만원
|
|
4천만원
|
현재 연봉을 기준으로 한다면 저와 동서는 동일하게 5천만원으로 효용이 같아 행복감도 같을 거라 생각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전 동서보다 행복하다 얘기 할 수 없습니다. 바로 연봉의 준거점(reference point) 때문입니다. 제 연봉의 준거점은 6,000만원 이고 동서 연봉의 준거점은 4,000만원 입니다. 준거점을 기준으로 보면 제 연봉은 1,000만원이 줄었지만 동서는 연봉이 1,000만원이 늘었습니다. 연봉 1,000만원이 준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도비만 이었던 전 체중관리를 하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관리해 몸무게를 90kg에서 79kg까지 줄였고 조금 더 열심히 관리해 75kg까지 줄였습니다. 그러나 잠깐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다시 79kg까지 몸무게가 늘어났습니다(79kg일때 근골격근량과 체지방량은 동일하며 다른 질병은 없다고 가정합니다). 연봉변화처럼 표로 만들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나의 체중변화와 준거점
체중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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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kg-> 79kg(A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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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kg->79kg(B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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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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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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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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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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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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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k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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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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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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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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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kg
|
|
75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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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시기이든 B시기이든 몸무게는 79kg인데 전 B시기의 79kg가 못마땅합니다. 바로 몸무게의 준거점 때문입니다. A시기였을때 몸무게의 준거점은 90kg이었으나 B시기 몸무게의 준거점은 75kg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B시기의 79kg가 못마땅 해지게 된 것입니다.
연봉과 몸무게 변화는 내용은 다르나 비교하는 기준점, 즉 준거점을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준거점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손익을 다르게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2). 민감도 체감성(diminishing sensitivity): 이익이나 손실에 대한 반응이 점점 둔화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소득이 3천만원 증가 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1천만원 증가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의 3배에 이르지 못합니다. 손실상황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를 했는데 100만원을 잃었다고 하면 마음이 많이 아플 겁니다. 그런데 계속 손실이 늘어나서 1,000만원을 잃었다고 하면 실제 처음부터 1,000만원을 잃은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될까요? 처음에 적은 손실이 있을 때는 동동거리며 불안하지만 그 손실이 계속 늘어나면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전통경제학에서의 한계 효용 체감에 해당되는 개념입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대학생시절 경제학원론을 강의를 듣고 친구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체험 하자며 일부러 점심도 안 먹고 햄버거가게에 갔습니다. 처음 하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개 째도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세번째 햄버거를 먹기에 이르자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으나 주문한 게 아까워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친구가 ‘하나 더’를 외치자 저도 모르게 친구에게 욕을 했습니다. 전 세번째 부터 만족감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햄버거 하나를 더 먹을수록 저의 한계효용은 줄어들었고 이런 현상을 바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독일의 경제학자 허만 고센이 발견했다고 하여 ‘고센의 제1법칙’이라고도 불립니다.]
(3). 손실회피성(loss aversion):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해서 가급적 손실을 피하려고 하는데 이를 손실회피성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이익과 손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기기 어렵고 같은 상황에서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인가 손실이 되는 상황인가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판단하게 됩니다.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라 해도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끼게 되어 손실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은 피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망이론의 가치함수 그래프로 사람들의 가치판단을 좌우하는 세가지 원칙인 준거점 의존, 민감성 체감, 손실회피성의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 입니다. 가운데에 있는 준거점은 이익과 손실을 구분하는 기준인데 이익이든 손실이든 값이 증가할수록 가치평가가 점점 박해지는데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거의 평행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더 많이 벌거나 더 많이 잃어도 실제 가치보다 더 작게 느끼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저와 동서가 3,000만원의 종자돈을 각자의 와이프에게 받게 되었습니다. 서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를 얘기하다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하고 투자 결과가 좋은 사람이 거하게 한턱 쏘기로 합니다. 저는 주식에 투자를 했고, 수익이 6,000만원 까지 갔다가 절반으로 떨어졌고, 결국 2,000만원의 순수익을 얻었습니다. 동서는 채권에 투자를 했고 큰 손실 없이 꾸준한 수익을 챙겨 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 수익의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약속한 게 있으니 전 거하게 쏘겠다며 한 식당에서 동서를 만납니다. 술이 조금 들어가자 전 동서에게 얘기합니다. “ 결과적으로 내가 2,000만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자네보다 기쁘지 않아. 내가 자네보다 2배를 더 벌긴 했지만 난 3,000만원 잃었어….” 그래도 약속은 했으나 제가 밥값을 내긴 합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생각합니다. 10만원을 받았을 때의 기쁨보다는 10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고통을 더 크게 생각합니다. 즉 사람은 이익과 손실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반응하며 같은 금액이지만 ‘손실의 고통 > 이익의 기쁨’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됩니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이익과 손실을 사람들이 어느정도 크기의 차이로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전 던지기 게임을 제안했습니다.
*.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10만원을 잃고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15만원을 얻음. 게임이 참여 하시겠습니까?
손실과 이익의 확률은 50%로 동일한데 이익이 1.5배 더 큰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이 게임을 거부했습니다. 15만원을 딸 수 있다는 기대보다 10만원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추가 실험결과 사람들은 평균 딸 수 잇는 금액이 잃는 금액보다 두 배 이상이 될 때 비로소 게임을 받아들였습니다.
앞에서 본 가치함수 그래프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S자 모양이 이익구간에서 짧고 손실구간에선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 10만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만원을 잃었을 때 느끼는 슬픔의 크기가 큽니다. 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이익일 때 보다 손실일 때 그 가치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손실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바로 손실회피성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은 18세기 경제학의 애덤 스미스가 거론했을 정도로 사람의 중요한 특성입니다. 한 생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지역의 터줏대감인 동물이 경쟁자의 도전을 받는 경우 터줏대감이 승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싸움에서 지면 현재 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내놓아야 하는 손실이 발생하기에 이기기 위해 더 죽기 살기로 싸움에 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물도 이러한데 사람은 얼마나 더 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이 말은 참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사람을 비롯해 동물은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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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이MD 행동경제학을 만나다 > 사람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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