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지인의 SNS 프로필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매순간 우리는 선택이란 기로에 서 있다” 직업적인 특성상 그런 문구를 적어 놓은 거긴 하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매순간 선택해야 하고 결정해야 됩니다. 7살난 저의 아이도 매일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어린이집을 갈지, 저녁은 무엇을 먹을 지, TV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중에 무엇을 볼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중요한 문제까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선택해야 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인생은 결국 어떤 것에 대한 선택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무엇인가를 선택할 땐 잘 선택해야 합니다. 인간의 선택 문제를 다른 분야가 여러분들도 잘 아는 경제학입니다. 경제학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이용한 최선의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데요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경제활동을 할 때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항상 일관된 선호도로 선택하고, 계산에는 진심이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최대의 효율을 추구합니다. 합리성이란 말을 아주 중요 시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합리적 선택을 강조합니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성을 분석하기 위해 경제라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인간을 만들어 냈는데 그게 바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인데요 이런 인간을 리차드탈러(Richard H. Thaler)[1]라는 교수님은 이콘(Econ)이라고 부릅니다. 이콘은 모든 선택에서 이성적 사고와 많은 지식과 지혜를 활용하여 항상 합리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과연 이런 이콘 일 수 있을까요? 장담하지만 저는 이콘이 아닙니다.
이콘이 아닌게 슬프신 가요? 괜찮습니다. 인간은 이콘이 아님을 보여준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 또는 최종 제안 게임으로 불리는 실험인데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Werner Guth)가 고안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서로 본적이 없는 두 사람(A와 B)이 짝을 지어 돈을 나눠 갖는 게임입니다. 서로 완전히 낯선 사이인 A와 B는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없는 사이로 체면이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며 이기적인 행동을 해도 전혀 상관없는 관계입니다. 한 사람 (A)에게 돈을 주고 같이 있는 다름 사람 (B)와 마음대로 돈을 나눠 가지라고 합니다. 돈을 주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얼마를 나누어 줄지 결정해야 합니다. 돈을 나누기 싫으면 전액을 혼자 다 가져도 됩니다. 단 이 게임에는 규칙이 있는데 돈을 받은 B는 받은 돈의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거절할 수 있는 거부권이 있습니다. A가 제안한 금액을 B가 수락하면 두 사람은 돈을 나누어 갖지만 만약 돈을 받은 B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두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A와 B를 이콘이라 가정한다면 이런 선택을 할 것입니다. A는 자신의 몫을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선택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 B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최소의 금액을 줄 것입니다. B입장에서는 얼마를 받든 상관없는 공돈이기에 A가 제안한 금액을 받아 들이는게 이익입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제안금액이 얼마까지 낮아질까요? 예를 들어 A가 10,000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B에게 제안하는 금액은 1원까지 낮아질 수 있습니다. 1원이지만 이콘인 B가 1원을 거부 할리는 없습니다. 1원을 거부하면 빈손으로 게임을 끝내야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상대방에게 1원이던 1000원이든 최소한의 금액을 제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실험에서 A는 받은 돈의 평균 40~50%를 제안했으며 B는 A가 30% 이하의 돈을 제안한 경우에는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A와 B의 선택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A는 완전히 계산적이지 않았습니다. 너무 적은 금액을 제안하면 B가 거절할 것을 알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 까?’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한 것이었습니다. 돈을 받는 사람인 B는 웬만한 금액이 아니면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들에게서 ‘단돈 1원이 어디야’와 같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합리성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이익을 챙길 기회를 버리고 비록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A가 혼자서 많은 돈을 챙기는 게 더 싫었습니다. ‘이것 밖에 안 줘? 그래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 실험은 사람이 지나치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데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실과 인간은 상대방의 제안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상대방에게 보복하고 싶다는 감정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게임의 규칙을 조금 변경하여 최후통첩게임과 마찬가지로 공짜로 생긴 돈을 나눠 갖는 게임에서 돈을 주는 A의 제안을 B가 거절 할 수 없도록 규칙을 변경한 ‘독재자게임(Dictator game)’이라는 실험을 해봤습니다. A는 B에게 얼마를 주든 B는 거절할 수 없으므로 A는 전액을 혼자 가질 수 있습니다. B가 거절하여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A가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면 B에게 돈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결과는 어땠을 까요? 최후통첩 게임과 달리 합리적 분배에 대한 기준이 바뀌기는 했지만 ‘0’원으로까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집단에 따른 차이는 있었지만 20~30% 정도의 금액을 제시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여전히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고 자신의 감정이 반영된 선택을 했습니다. 최후통첩게임이나 독재자게임에서 항상 일관된 선호도로 선택하고, 계산에는 진심이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최대의 효율을 추구하는 이콘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때론 합리적이지만 많은 경우에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익이 분명한데도 남과 비교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같이 죽는 길을 선택합니다.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는 멀리 가고 없습니다. 현실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이콘’보다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런 사람의 선택은 심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야만 비합리적 행동과 예외적 경제 현상도 분석과 예측이 가능합니다. 경제 주체로서 사람의 선택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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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차드탈러(Richard H. Thaler)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미국 사카고 대학교 석좌교수이다. 행동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했고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과 함께 행동경제학의 권위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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